피부과 진료실에서 연세가 있으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힘들어 보이는 환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런 경우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니라 대상포진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면역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대상포진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1. 몸 한쪽에만 나타나는 통증과 물집, 대상포진의 특징
대상포진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함께 수포(물집)가 생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피부에 나타나는 수포는 처음에는 팥알 크기의 작은 물집 형태로 시작해 점차 고름집으로 변하고, 이후 딱지가 생기며 회복 단계로 접어든다.
이 병이 독특한 이유는 발생 부위가 척추를 중심으로 좌우 중 한쪽에만 국한된다는 점이다. 우리 몸의 신경은 척추에서 좌우로 나뉘어 퍼지는데, 대상포진은 이 신경 중 하나를 따라 바이러스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몸의 한쪽에만 증상이 나타난다. 양쪽에 동시에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한 대상포진은 주로 감각신경을 침범한다. 이로 인해 단순히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것을 넘어, 찌르는 듯한 통증, 타는 듯한 느낌, 전기가 오는 듯한 신경통이 함께 나타난다. 특히 40~50대 이후에는 통증 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2. 갑자기 감염된 게 아니다? 대상포진의 진짜 원인
대부분의 환자들은 “최근에 어디서 감염된 건가요?”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대상포진은 새롭게 감염되어 생기는 병이 아니다.
이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어릴 때 수두를 앓게 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와 동일하다.
어린 시절 수두가 치료된 후에도 이 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우리 몸속 신경을 따라 이동해 척수 속에 오랜 기간 잠복 상태로 숨어 있게 된다. 평소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나이가 들거나 과로, 스트레스, 만성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되면서 대상포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면역 기능이 점차 저하되기 시작한다. 야근, 수면 부족, 갱년기 변화,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겹치면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아직 젊은데 왜 대상포진이 생겼지?”라고 생각하는 40~50대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3. 통증이 먼저 온다,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
대상포진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초기 증상이 매우 애매하다는 점이다.
피부에 물집이 생기기 전,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몸 한쪽의 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다. 두통, 복통, 숨쉬기 불편함, 팔이나 다리 저림, 근육통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피부에 뚜렷한 병변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단순 근육통이나 디스크, 내과적 질환으로 오인한다. 실제로 피부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서 검사만 받다가 며칠을 보내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다 수일이 지나 물집이 나타나면서 비로소 대상포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집은 보통 나타난 후 3일 이내에 고름집 형태로 변하고, 약 일주일이 지나면 딱지가 생긴다. 문제는 이 초기 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신경 회복 속도가 느려져 통증이 수개월, 길게는 수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40대 이후 대상포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다. 통증이 심할 뿐만 아니라,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40~50대는 사회적·가정적 책임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통증으로 인한 생활 불편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몸 한쪽에 원인 모를 통증이 며칠 이상 지속되거나, 감각이 이상하게 둔해지고 따끔거린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대상포진 가능성을 의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통증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아프게 느껴지는 병, 그리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오래 고생할 수 있는 병이 바로 대상포진이다. 40대 이후라면 자신의 면역 상태를 돌아보고,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